예산 5천, 7천, 1억 — 서울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를 돌려봤습니다

같은 도시, 같은 하객 수인데 예산이 다르면 결혼 준비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됩니다. 어디를 늘리고 어디를 줄여야 하는지 감을 잡기 위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구성해봤습니다. 하객 200명, 서울 시내 예식 기준입니다.

시나리오 A — 총 5,000만 원

배분: 예식 2,200 / 스드메 800 / 예물예단 700 / 혼수 1,000 / 기타 300

이 예산에서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건 시간대입니다. 토요일 낮 타임을 고집하면 예식 비용만으로 2,600만 원을 넘어가면서 다른 항목이 무너집니다. 금요일 저녁이나 일요일 타임을 선택하면 그 자리에서 300만 원 이상이 확보됩니다.

권역도 조정 대상입니다. 강남권을 고수하기보다 서남권이나 동북권에서 조건 좋은 홀을 찾는 게 이 예산대의 정석입니다. 같은 하객 수를 소화하면서 총액이 내려갑니다.

스드메 800만 원은 박람회 현장가 기준으로 충분히 가능한 구간입니다. 대신 드레스 등급 업그레이드와 앨범 페이지 추가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이 두 항목이 이 예산대에서 가장 흔한 초과 지점입니다.

혼수는 가전 패키지 위주로 구성하고 가구는 필수 품목만 신규로 갑니다. 소파와 침대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채우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위험한 건 예비비가 없다는 점입니다. 5,000만 원을 항목에 전부 배정하면 추가금이 생겼을 때 대응할 여지가 사라집니다. 실제로는 4,300만 원을 배정하고 700만 원을 남겨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시나리오 B — 총 7,000만 원

배분: 예식 3,000 / 스드메 1,200 / 예물예단 1,000 / 혼수 1,500 / 기타 300

여기서부터 선택지가 열립니다. 토요일 낮 타임이 사정권에 들어오고, 강남권이나 도심권 홀도 검토 가능해집니다.

이 예산에서 권하고 싶은 건 예식 비용을 무리하게 올리지 않는 것입니다. 3,000만 원 선에서 조건 좋은 홀을 잡고, 남는 여력을 스드메와 본식 기록에 쓰는 편이 만족도가 높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본식스냅을 별도로 섭외하는 여유가 생깁니다. 홀 기본 촬영과는 결과물의 성격이 다르고,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집니다. 기본 촬영은 식순을 빠짐없이 담는 데 초점이 있고, 별도 스냅은 대기실과 하객의 표정을 잡습니다.

야외 촬영을 추가할 여지도 생깁니다. 서울은 익선동, 성수, 서울숲, 덕수궁 돌담길 등 배경이 다양해서 스튜디오 한 세트 값으로 도시 전체를 쓸 수 있습니다.

이 구간의 함정은 중간 지점의 애매함입니다. 강남권 홀을 3,000만 원에 맞추려면 시간대를 양보해야 하고, 시간대를 지키려면 권역을 양보해야 합니다. 둘 중 무엇을 포기할지 먼저 정해두지 않으면 상담 때마다 흔들립니다.

시나리오 C — 총 1억 원

배분: 예식 4,500 / 스드메 1,800 / 예물예단 1,500 / 혼수 1,800 / 기타 400

이 구간에서는 예식 비용의 성격이 바뀝니다. 단순히 비싼 홀이 아니라 공간의 완성도를 사는 구간입니다. 천장 높이, 자연광, 하객 대기 공간, 앞뒤 예식 간격의 여유 같은 것들이 가격에 반영됩니다.

특히 예식 간격은 이 구간에서 체감이 큽니다. 앞 팀이 밀리면 그대로 밀리는 구조에서 벗어나면, 사진 촬영과 하객 인사에 쓸 시간이 확보됩니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예산이 커질수록 추가금 유혹도 커집니다. 꽃 장식 업그레이드, 드레스 추가 대여, 앨범 최고 등급, 답례품 고급화가 순차적으로 제안됩니다. 각각은 크지 않은데 합치면 1,000만 원이 쉽게 넘어갑니다.

이 구간에서는 예비비를 별도로 잡아두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예산의 10퍼센트를 쓰지 않는 돈으로 격리해두는 방식을 권합니다. 같은 계좌에 두면 결국 쓰게 됩니다.

세 시나리오를 관통하는 공통점

첫째, 식대가 모든 시나리오에서 최대 변수였습니다. 하객 20명 차이가 세 경우 모두에서 가장 큰 금액 변동을 만들었습니다. 예산을 잡기 전에 하객 수 추정을 먼저 정밀하게 해야 합니다.

특히 서울은 접근성이 좋아서 초대 대비 참석률이 지방보다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참석률을 보수적으로 낮게 잡으면 식대에서 초과가 발생합니다.

둘째, 시간대 선택의 효과가 예산 규모와 무관하게 컸습니다. 5,000만 원 예산에서도, 1억 예산에서도 토요일 낮과 평일 저녁의 차이는 비슷한 비율로 발생했습니다.

셋째, 추가금 발생 항목이 세 시나리오에서 동일했습니다. 드레스 업그레이드, 앨범 페이지, 꽃 장식, 식대 초과. 예산 규모와 무관하게 같은 자리에서 새어나갑니다.

넷째, 절감을 고민할 때 손대야 할 곳도 같았습니다. 스드메나 예물을 깎기보다 예식 조건을 조정하는 쪽이 효과가 훨씬 큽니다. 예식이 전체의 44퍼센트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예산을 줄여야 할 때 손대는 순서

부득이하게 예산을 낮춰야 한다면 순서가 있습니다.

1순위는 예식 시간대와 요일입니다. 다른 걸 건드리지 않고 조건만 바꿔서 가장 큰 폭이 나옵니다.

2순위는 권역입니다. 하객 동선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한 권역만 옮겨도 차이가 납니다.

3순위는 앨범과 영상입니다. DVD는 요즘 활용도가 크게 내려갔습니다. 원본 파일 확보로 대체하는 선택이 가능합니다.

손대지 말아야 할 것은 하객 식사입니다. 여기서 줄인 돈은 그날의 인상으로 돌아옵니다. 줄일 곳이 없어서 여기까지 왔다면 하객 수 자체를 다시 보는 게 맞습니다.

시나리오를 고를 때 흔한 착각

첫 번째 착각은 신혼집을 이 예산에 포함시키는 경우입니다. 서울에서 주거 비용은 예식 예산과 자릿수가 다릅니다. 두 개를 하나의 통에 넣으면 계산이 불가능해집니다. 반드시 분리해서 관리하세요.

두 번째는 축의금을 미리 계산에 넣는 것입니다. 실제 금액은 예식이 끝나야 알 수 있고, 예상보다 적게 나오는 경우도 흔합니다. 축의금은 정산 후에 회수되는 돈으로 두고, 지출 계획은 자기 자금 기준으로 세우는 게 안전합니다.

세 번째는 양가 지원 금액을 확정된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입니다. 구두로 오간 금액과 실제 입금 시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시점까지 확인해야 중도금 일정이 꼬이지 않습니다.

이 네 가지를 알고 박람회장에 들어가면 상담의 질이 달라집니다. 서울웨딩박람회 부스에서 자기 시나리오를 먼저 말하고 그 안에서 가능한 조합을 물어보세요. 실장들도 그쪽이 훨씬 정확하게 답합니다.